미치도록 떨리는 이식 6일차
HAPPY NEW YEAR 🎉
보는 사람 하나 없는 블로그지만.
올해는 무탈하게 지나가길.
12월 31일은 이식 5일차인 날이었고, 정말이지 있던 증상도 사라지는 판국이라 체념에 가까운 상태로 그저 우울한 연말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임신테스트 해볼까? 내일할까? 어차피 아닐텐데 .. 그냥 지금 해볼까?"
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짝꿍에게 지껄여댔다.
오늘하든, 내일하든 네가 하고 싶을 때 하라며 나를 다독이는 짝꿍 앞에서 더 이상 투정부릴 수는 없었다.
👩🏻 "너무 불안해. 아니면 어쩌지?"
👨🏻 "에이, 아니면 우리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자"
묵묵히 밤길을 산책하다 툭- 한 마디 던졌다.
👩🏻 "내일 새해 첫 날이니까 내일 해볼래."
👨🏻 "엌 그러면 해보고 전화해줄래? 아침에 전화받을게."
👩🏻 "아니. 사진 카톡으로 보내줄게."
👨🏻 "엌ㅋㅋ 나 정신 못 차릴지도 모르지만. 알겠어."
영화 <유령신부>를 보고, 12시에 잠깐 타종행사를 보며 짝꿍과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인사했다. 겨우겨우 마음을 달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지만 잠이 올 리가 있나. 얼마나 뒤척이다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눈은 어찌나 일찍 떠지던지. 짝꿍이 새벽부터 출근하느라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슬금슬금 일어나 종이컵과 얼리임테기를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1차 임신반응검사를 할 때까지 약이며 주사며 아무 것도 끊지 말라고 했으니 지시대로 따를 거였지만 그래도 명분은 찾고 싶었다. '제발, 희미하게라도 보였으면 좋겠다.' 이 마음 뿐이었다.
잠시 테스트기를 두고 보는데 이상했다. 원포 테스트기를 한 개 더 뜯었다. 눈을 씻고 비벼봐도 이상했다. 어렴풋이 줄이 그어지고 있었다. 흐린 눈으로, 매직아이로, 얼리임테기의 결과선 부근 비닐을 뜯고 난리도 아니라는데 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두 줄이었다.
"어어.. 이거 뭐야 ... "
집에 혼자 남겨진 통에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딘가에 큰 소리로 자랑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두 줄이었다. 눈물 가득 솟은 두 눈으로 겨우 사진을 찍어 짝꿍에게 보냈다.
"오빠 나 울어 ㅋㅋㅋ"
다시 제대로 찍어보겠다고, 나름 정렬을 맞추어 찍은 사진에는 두 줄의 색이 더욱 진해져 있었다.
잠시 뒤 전화너머로 들리는 짝꿍의 목소리는 이미 한바탕 눈물 쏟아낸 사람마냥 울컥해 있었다. 출근하기 전에도 빌고 빌다 나갔다는데 그렇게 간절한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참고 참았던 걸까. '오빠 나 울어' 카톡 한 마디에 심장이 벌렁벌렁 했다던데 나이가 그만치 들었어도 귀여운 사람이다.
하루종일 정신 못차렸을 짝꿍과 퇴근인사를 찐하게 했다. 장하다, 기특하다, 애썼다, 고생많았다 ... 할 수 있는 인사는 모두 나온 것 같다.
저녁에 한 번 더 테스트를 거쳤고, 상태를 보아하니 아침마다 한 번씩만 해봐도 좋을 성 싶다. 결과선이 진해지는 것만 잘 확인하면 될 것 같다. 검사하러 가는 6일까지 무사히 지나가기를.
'난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임일기] 배아이식 5일차 증상 정리_241231 (0) | 2024.12.31 |
---|---|
[난임일기] 배아이식 후기_241227 (2) | 2024.12.28 |
[난임일기] 약 스케줄이 이상하다_241222 (2) | 2024.12.24 |
[난임일기] 프롤루텍스 맞을 만하다_241223 (0) | 2024.12.23 |
[난임일기] 배아 이식 날짜를 정했다_241217 (0) | 2024.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