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이식 후기
기다리고 기다리던 12월 27일이 되었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기로 짝꿍과 약속했는데, 2시에도 눈을 떴고 3시와 4시에도 눈을 떴다. 결국 6시부터 깨어나 일찌감치 병원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프로기노바 1정을 먼저 먹었고, 프롤루텍스 주사를 놓았다. 예나트론 질좌제는 병원에서 사용해야 하므로 따로 파우치에 챙겼다. 애초에 7시가 넘어서 출발하게 되면 묘하게 출근길과 겹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봐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기로 짝꿍과 합의했었다. 그렇지만 온도가 영하 7도로 떨어져 있었고, 모두 준비가 일찍 끝난 덕분에 차를 타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7시 20분 쯤 도착한 병원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게 쉽지 않은 나로서는 그저 경이롭다.
대기실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내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렸다. 여러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씩 불려가고, 예약된 시간인 8시 15분이 되어서야 내 이름이 불렸다. 담당자는 나와 짝꿍의 간단한 신상 확인과 현재까지 사용하고 남은 약들의 개수를 확인하더니 난자채취를 했던 수술실 쪽으로 나를 안내했다.
옷을 갈아입고, 수술대기실에서 짧게 대기하였다. 또 다시 나와 짝꿍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수술실은 곧바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 곳에서도 여지없이 나와 짝꿍의 신원을 확인하였다. 시술이 진행될 침대에 앉아있으니 담당의가 밝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게 보였다.
"ㅋiㅋi님 안녕하세요! 잠은 잘 주무셨어요? 컨디션 좋아요?"
잠도 설치고, 긴장된 탓에 대답을 어버버했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묻는다.
"왜요, 어디가 안 좋으세요?"
"아, 아니요. 너무 긴장이 돼서요."
"ㅎㅎ시작해 볼까요"
배아는 두 개를 이식하기로 했는데, 막상 해동하고 보니 한 개는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고 했다. 해서 다른 한 개를 추가로 해동했고, 총 두 개 감자배아라고 했다. 완전 상급의 배아임을 담당의가 씩씩한 어투로 강조했다.
감자배아가 뭐지 하면서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물 500ml 마시고 소변을 참은 후 병원에 내원하라더니, 초음파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함인지 한 명의 간호사가 내 배에 뭔가를 올리고 있는 힘껏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체중을 다 실어서 누르는 느낌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살을 좀 더 뺄걸 그랬다. 그러면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괜히 추측해본다.
몇 분쯤 지났을까 세팅이 끝났다며, 들어갈 준비가 됐다는 다른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내 배는 묵직하게 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내 배에서 손을 뗐다.
'아, 끝난 건가.'
"잘 들어갔어요. 조심히 들어가시고, 안내 잘 받아주세요"
담당의가 인사를 건네며 장갑을 벗었다. 그러고 나는 휴게실로 향했다. 수술실에 들어올 때까지만해도 긴장감으로 온 몸이 빳빳했었는데 긴장한 것이 무색해지게 시술은 금세 끝난 것 같았다. 간호사가 두어 번 들어왔다. 남은 약의 개수를 정확하게 확인하더니 그에 맞추어 처방전을 주겠다고 했다. 다음 예약일은 1월 6일이었다. 어느 시간까지 피검사를 시행하면 당일에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했으며, 1차 검사로 반응이 안 나올 수도 있어 2차 검사까지 가기도 한다는 말을 곁들였다.
1시간 쯤 지났을까? 내 손에는 이후 주의사항이 적힌 안내문이 들려있었다. 요가나 스트레칭 마저 과격한 운동으로 분류된 세상에 살게 되었다. 문득 갑자기 임신이 간절해졌다. 이제 배아가 내 뱃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인지 이제서야 실감이 나고 임신이 간절해졌다.
수술실을 빠져나오니 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짝꿍이 눈에 들어왔다. 시술을 끝내고 회복실로 향했다는 안내를 보고 그때부터 계속 그 곳에 서있었다는 거다. 나도 모르게 울컥. 사소한 거에 감동받고 말았다.
주사와 약이 다시 처방되었다.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줄어든 것도 없었고, 더 추가된 것도 없었다. 짝꿍과 배에 주사를 놓을 곳이 없다고 실없는 농담을 했었는데, 들어갈만한 바늘구멍을 다시 찾아야 했다. 주사액이나 질좌제가 비급여품목이어서 약값이 많이 나왔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밥 먹고 집에 가서 한바탕 자자.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무사히 착 붙어있기를.
<요약>
1. 이식완료. / 무리한 움직임을 삼가할 것. 사우나나 목욕 등 삼가할 것.
2. 2025년 1월 6일 내원 및 1차 임신반응검사 / 모든 약은 임의로 끊지 않고 계속 사용할 것
3. 금일 진료비
- 개인부담금: 335,500 (+비급여: 274,560 / +원외약국: 95,400)
- 공단부담금: 782,880
- 지원금사용: 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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