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신준비중9

배아 배양 결과 상담_241011 배아 배양 결과 상담아침부터 집 앞이 시끌시끌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걸 보니 운동회인 모양이었다. 어느 날엔가 초등학교 대문에 걸린 운동회 현수막이 기억났다. 날짜가 적히지 않은 현수막이었다. 두 가지가 떠올랐다. 외부인의 초등학교 출입을 막기 위함인가, 현수막 인쇄비용을 아끼기 위함일까. 어느 쪽이든 실무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사실 아침부터 운동회가 대수랴. 차라리 운동회 소음으로 머릿속이 꽉 찬 게 다행이었다. 오늘은 난자 채취 후 배양한 배아 상태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예약된 시간보다 20분 쯤 일찍 도착한 것 같은데, 내 앞으로 8명쯤 대기가 있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지경까진 아니었지만 내내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그 모든 번잡스.. 2024. 11. 20.
난자 채취 후기_241002 난자 채취 후기10월 1일 새벽 1시 30분. 데카펩틸 네 개 맞은 후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틀을 기다렸다. 짝꿍에게는 아닌 척 했지만 속으로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 처방받았던 항생제를 챙겨먹고, 물을 왕창 마시고 나서 밤 12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난포가 터지기 직전이라 그런지 묵직하고, 묵직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할 만큼 묵직했다.긴장되는 마음에도 잠은 잘 잤다. 어쩌면 '잘 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불안한 마음을 짝꿍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데카펩틸을 맞으면 36시간 이내에 터진다고 하지만 그보다 일찍 터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는 것 아니냐며. 얼토당토않게도 병원에 가서 난자채취를 시작했는데 난포들이 모두 다 터져버.. 2024. 11. 18.
시험관 자가주사 10일차_241001 시험관 자가주사 10일차 지금껏 맞은 주사를 모아봤다… 가니레버 한 개가 부족하다. 병원에서 맞았기 때문에. 다른 때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잘 가서 금방 새벽 1시가 되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한동안 기침을 계속하고, 가래도 좀 있는 몸상태였다(지금에서야 밝히지만 이건 천식 증상이었다). 그래서 집을 나온김에 병원 한 번 더 가자는 마음으로 집 앞 내과에도 들렀었다. 이런 저런 일 때문에 피곤했는지 안 그래도 졸려죽겠는데 시간까지 안 가니 죽을 맛이었다. 요즘 흥행하고 있는 흑백요리사와 관련한 유튜브를 이것저것 보는 것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짝꿍이 옆에서 지키고 있는 게 부담스럽고 민망해서 방에 들어가 자라고 했지만 짝꿍은 기어이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민망하.. 2024. 11. 17.
시험관 자가주사 5일차_240926 나흘정도 시간 맞춰 주사를 놓으니 그럭저럭 익숙해진 것 같았다.오늘은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날이라 예약된 시간 30분 전쯤 병원에 도착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초음파를 찍기 위해 대기했다. 20분쯤 흘렀을까. 나는 어느 순간 검사실 의자에 올라가 앉아있었다. 두근두근했다. 머리 위로 보이는 TV속에서 자글자글하게 난포들이 보였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려 나는 그 숫자를 세지도 못하고 있는데 옆에서 담당선생님이 조용히 읊조리며 빠른 속도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 열 몇개 쯤 자라난 난자의 개수를 듣고, 검사실에서 나왔다. 함께 와 준 짝꿍에게 검사결과를 덤덤하게 알려주고 나니 괜히 쫄렸다. 굉장히 다행스러운 결과였는데, 굉장히 다행스러워서 걱정이 되었달까. 20분쯤 더 기다린 후 만.. 2024. 11. 12.
처음 시험관 주사 놓은 후기_240922 나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사가 무섭다는 짝꿍에게 주사를 놔달라고 해도 그는 분명 "아이고 어떡해" 라며 안절부절못할 게 뻔했다. 반면에 나는 내가 생각해도 무덤덤하게 주사를 놓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으니까, 정말로 나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13시 58분이 되어 다시 한번 유튜브를 보며 주사 놓는 방법을 복습했다. 아무리 어제 교육을 받았다지만 이놈의 머리는 나이가 들어 그런지 내 스스로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할 만큼 덤벙대기 때문이다. 14시가 되어 떨리는 손으로 알코올솜으로 슥- 슥-주삿바늘을 펜에 꽂아 넣고, 주사액 안에 공기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처방받은 용량만큼 조정한 뒤 목표한 위치에 주사를 놓았다. 상상? 걱정? 했던 것보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니.. 2024.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