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이식 날짜를 정했다
예약시간이 오전 8시 30분이라 애매하게 출근시간과 겹치게 되었다. 버스를 타는 것이 제일 빠를 것 같았다. 짝꿍이 따라나섰다. 사람이 한 트럭으로 꽉 찬 버스 안에서 우리 둘은 옆에 서 있었지만, 모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로 움직이지 않아서 서운하기도 했고, 7시 15분쯤 집을 나서려던 내 생각과 달리 7시 40분이 되어서야 집을 나설 수 있었기 때문에 짝꿍이 그 모든 일의 원천이라며 그에게 한 짐 지우고 싶었다. 일주일 넘게 먹은 프로기노바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예민함의 극치였다. 짝꿍에게도 미안하고.
본격적인 진료가 시작되기 전의 대기실 풍경은 조금 한가로웠다. 초음파 검사도 눈 깜짝할 새에 진행되었고, 대기인 수도 적었다.
담당의는 날 보자마자 몸 상태는 괜찮은 지 물었다. 체중이 약간 불어난 것 외에는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살이 좀 찐 것 같아요."
"약 때문에 체중이 증가할 수 있어요."
담당의는 그 밖에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더 묻더니 지난 번 시행했던 혈액검사 결과를 알려주었다.
"호르몬 수치 정상이고, 그 때 얘기했던 간수치도 정상이에요."
굳이 걱정할 일이 없는 몸상태였다. 초음파를 통해 본 자궁상태는 깨끗했다. 내막 두께 목표는 0.8mm였는데 현재 0.77mm여서 나름대로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만약 오늘 내막의 두께가 얇았다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에는 한 번 더 병원에 방문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이식날짜를 크리스마스 이후로 잡자고 했다. 두께를 더 키워야 하니까. 지난번 병원에 왔을 때 담당의는 24~26일에 이식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하지만 오늘 몇 가지 검사를 통해 27일 이후로 배아를 이식하자고 한 것이다.
짝꿍의 얼굴이 미세하게 밝아졌다. 크리스마스 즈음으로 이식날짜가 정해지면, 다른 사람과 스케줄을 바꾸고 병원에 동행하겠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나 민폐인 일이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아닌가.. 덕분에 짝꿍도 한시름 놓은 듯했다.
12월 27일 오전 8시 15분.
이제 정말 D-day가 정해졌다. 앞으로 열흘이다.
더 질문이 있냐는 담당의의 물음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잘 모르겠어요."
"음... 일상생활은 그대로 하셔도 돼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담당의를 만나기 전에는 차라리 질문 목록을 만들어 작성해 두는 것이 낫겠다.
미리 머릿속에 생각해 뒀던 것들이 정작 제때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게 진료실을 나와 간호사의 안내를 받았다. 혈액검사를 한 번 더 해야했고, 몇 가지 약과 주사가 추가되었음을 알려 주었는데 .. 이게 뭐지? 싶었다. 원내약국에서 약이 담긴 쇼핑백을 받으니 더 당황스러웠다.
<요약>
1. 이식날짜: 12월 27일 오전 8시 15분
2. 처방: 22일부터 프롤루텍스 2회/1일 / 예나트론질정제 2회/1일 / 베이비아스피린 저녁식후 1정 /
기존 프로기노바정 동일하게 섭취 / 이식 당일 질정제는 병원에 가져올 것, 약과 주사는 모두 투약 후 내원
3. 비용
- 개인부담금: 150,300 (비급여 약품: 프롤루텍스인 듯 137,280 / + 원외약국: 51,800)
- 공단부담금: 49,580
'난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임일기] 약 스케줄이 이상하다_241222 (0) | 2024.12.24 |
---|---|
[난임일기] 프롤루텍스 맞을 만하다_241223 (0) | 2024.12.23 |
[난임일기] 이식 준비 시작_241209 (3) | 2024.12.11 |
[난임일기] 생축이라고 하던데_241207 (0) | 2024.12.08 |
[난임일기] 병원 방문기_241122 (3) | 2024.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