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의 결단을 마치고서, 휴직 결재는 순식간에 승인되었다. 내 마음 같아서는 휴직에 들어가기 직전이라도 시작할 수 있으면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담당의의 생각은 좀 다른 듯했다. 일단 스케줄 근무를 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일과 시험관을 병행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당시 나는 시험관 과정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이런 마음을 먹지 않았으리라.
어쨌든 조급한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시험관은 휴직에 들어간 후 진행하기로 하였다. 사실상 7, 8월은 과배란유도제(페마라)를 처방받아 자연임신을 시도하는 시기가 되었다. 지난 번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난포 크기를 보고 배란주사(IVF)를 맞기로 했었는데, 막상 초음파 결과 상으로 난포 성장이 더딘 바람에 배란주사를 맞지 못했었다. 다낭성난소의 몸이란... 결국 '자연적으로 배란되게 지켜보자, 추석 직전쯤 생리 시작할 것 같다'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게 9월 20일이 된 것이다.
이놈의 몸은 엄마 말마따나 생기다 말아서(ㅋㅋ) 생리전증후군도 일정치 않다. 보통은 가슴이 붓고 아팠는데, 이번 주기에는 몸의 단 한 구석도 아프거나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생리가 밀려 10월에나 하는 거 아닌가, 생리터지는 주사라도 맞으러 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피가 비치기 시작했다.
한편 예약도 힘든 난임병원의 주말 아침은 .. 그야말로 피가 튄다. 대기실에 소파가 그득그득 들어차있는데도 앉을자리 하나 없다. 초음파도 찍고 와야 하고, 앉아서 대기해야 하고.. 이 날은 병원에서 4시간쯤 있었던 것 같다. 일 쉬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
자궁내막이나 난소에는 별 이상이 없어 곧장 주사약을 처방받았다. 나흘간 고날에프 900 (매일 225IU).
주사는 내일부터 시작하되, 이틀간 14시에 이후 이틀은 오전 중에 주사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26일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 일정이었다.
오랜 대기 끝에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는데 X-ray, 혈액, 소변, 심전도 검사도 해야 한다고 했다. 난생처음 심전도 검사라는 것도 해봤다. 그 후 주사약을 처방받았고, 주사방법을 교육받았다. 후... 이럴 때 짝꿍이 옆에 있으면 좋으련만, 계획적인 뇌에 비해 계획적이지 못한 몸뚱아리라 짝꿍이 이 몸뚱아리에 맞춰줄 수 없어 슬프다.
"난임시술비지원결정통지서"는 원무과에서 진료비 수납할 때 제출했다.
이제 주사할 일만 남았다.
<요약>
- 처방약: 고날에프 총 900IU / 진행검사: 초음파, X-ray, 혈액, 소변, 심전도 검사
- 처방내용: 1, 2일차 14시 이후 225IU씩 주사 / 3, 4일 차 오전 중 225IU씩 주사
- 금일 진료비
- 본인부담금: 115,600
- 공단부담금: 269,837 - 제출서류: 난임시술비지원결정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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