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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

다낭성난소에 관한 짧은 글

by ㅋiㅋ! 2024. 11. 10.

출처: Freepik

내 나이대에 AMH가 11쯤 된다는 건, 쉽게 말하면 그동안 난소밖으로 배출되었어야 할 놈들이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는 걸 뜻한다.


배란유도제를 처방받기 직전에 초음파를 찍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결과를 떠올려 보자면, 몽글몽글한 난자들 여러 개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때 확신했다. 아, 다낭성난소가 확실하구나. 아마도 그 난자들은 다 성숙되지 못한 채 나온 놈들이겠지. 난자 없는 난포들일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 AMH수치가 높다, 즉 내 몸에 아직도 배출될 난자들이 부지기수로 많이 남아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정황상 다낭성난소인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일차적으로 생리주기가 불규칙적이다. 비록 그 주기가 얼추 30일에 맞춰져 있긴 하지만, 간혹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길게는 80일 넘게 생리를 넘긴 적이 있다. 뒤늦게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은, 이모가 굉장히 불규칙하게 생리를 했었다는 점이다. 유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로, 몸에 털이 많다. 그저 아빠를 닮아 털이 많겠거니 아주 쉽게 생각하고 넘겨버렸더랬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는데도.

셋째, 살이 쉽게 쪘다. 굉장히 쉽고 빠르게 살이 쪘다. 남들과 비슷하게 먹거나 적게먹는다고 생각했다. 야식은 속이 더부룩해져서 하지 않는 편이었고, 군것질을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추이상으로 매년 1kg 이상씩은 꾸준히 쪘고, 그냥 내 몸이 원래 그렇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공복상태로 체중계에 올라 체중계를 확인하는 정도만 해왔었다.

여기에 확신을 준 것이 초음파 결과였다. 게다가 가장 최근에 난임병원에서 진행했던 피검사를 통해 남성호르몬(안드로겐) 이 비교적 높다는 결과까지 확인했으니,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이 영락없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다.


다낭성 난소에 대해서 알게된 것도 근래의 일이라 당연히 어렸을 때에는 내 몸을 방치해 왔었다. 그리고 그때는 신나게 술 먹고 놀던 20대이기도 했고... 다낭성난소인 걸 확신하고, 의사로부터 확인받은 후에야 이노시톨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담당의가 심박수를 좀 높여야 한다고 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3km씩 뛰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담당의에게 알렸을 때, 그 환해진 얼굴과 밝아진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어머, 너무 좋아요! 잘하고 계세요!"


의료계는 심박수를 본인 최대 심박수의 7~80%까지 올리는 중강도의 운동을 다낭성난소 환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는데, 일단 이 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완치가 힘든 만큼 생활습관과 식습관 개선을 통한 체중조절이 중요시 되고 있다.


덕분에 내 몸무게도, 생리주기도 차츰 안정화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평생 관리해야 하겠지.. 근데 왜 이렇게 가기 싫냐 구....... 너무너무 하기 싫어 죽겠다 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