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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

[난임일기] 난임 검사와 난임 휴직

by ㅋiㅋ! 2024. 11. 8.

여차저차하여 난임휴직을 쓰기로 했다. 스케줄에 맞춰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 특히 상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기는 게 영 마음이 불폈했다. 만약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외시켜 버리자는 것이 짝꿍과 나 결정이었다(덕분에 요즘은 돈 걱정이 늘었다;). 나는 꽤나 예민한 성격이어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정도가 높다. 짝꿍도 그걸 잘 알기에 숙고 끝에 내려 준 결정이다. 그래서 고맙지...♥


한편으로 사실 '난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입 밖에 내기까지의 순간이 굉장히 어려웠다.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그렇게 살고 싶었지만… 마치 내가 내 스스로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눈이 더 무서웠던 걸까. 그런데 막상 털어내고 나니 그 다음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아주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처음 무거운? 무서운? 마음을 안고 방문한 난임병원은 그저 여느 병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직원들 몸에는 친절함이 베어있었다. 물론 그것이 사무적인 친절함이란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아마 병원 방문객들의 마음은 더 무거워질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탓에 혈압이 너무 높게 찍힌 것은 안 비밀..


이전에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대여섯번정도 배란유도제(페마라)를 처방받아 임신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그곳에서 받았던 몇 가지 검사결과들을 가지고 간 터라 난임병원에서의 검사는 간소화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혈액채취 11통은… 무섭더라. 통에 붙일 라벨이 드륵드륵 하며 인쇄되는데 그 소리가 끝이 없었다. 놀란 눈으로 프린터기를 봤더니 간호사 분이 멋쩍게 웃으면서 "좀 많죠? ㅎㅎ 그래도 조금씩만 뽑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하셨다. 그 와중에 인쇄된 라벨 개수를 센 나도 징그럽다.


검사결과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짝꿍이나 나나 술, 담배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관련한 문제는 없었고, 나는 다낭성난소때문에 AMH가 문제될 것이란 게 뻔했다. 몇 해전 보건소를 통해 받았던 산전검사에서는 24.38을 기록했었다. 내 나이에 비하면 너무도 높은 수치다. 이번 검사 때는 다행히 AMH 11.2였다. 내 나이대 평균 AMH가 2점 대 라는데 그저 웃음만 나오는 수치다. 담당의는 내가 남성호르몬 수치도 조금 높은 편이고, 다낭성난소 때문에 당뇨나 심혈관계 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필히 운동할 것과 건강검진을 꾸준히 챙겨서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신기하게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될 만큼 비타민D는 충분하다 했다. 희한한 몸이다.


약간의 상담을 거쳐 인공수정보다 시험관을 바로 해보자는 것이 담당의의 의견이었다. 사실 내 생각도 그랬다. 인공수정의 임신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이왕 결정한 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내 경우에는 난자채취 후 복수가 찰 가능성이 꽤나 높아서 곧장 이식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인데도 걱정이 되었다. 시간이 늦춰져서 혹여나 주어진 기간 동안 최대한의 기회를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게 신경쓰였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해봐야 아는 거지.


그렇게 진단서를 발급받고, 회사에 휴직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민하고, 걱정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결재는 순식간에 완료됐다. 어안이 벙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