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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

이식 준비 시작_241209

by ㅋiㅋ! 2024. 12. 11.

이식 준비 시작

 

 


드디어 병원에 다녀왔다. 14시 30분 예약으로 되어있어서 14시쯤 도착하였다. 월요일이니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지만, 당황스럽게도 대기인 수가 24명이었다. 대기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처음 내가 이 담당의를 찾아올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된 것 같다. 

 

대기실에서 10분쯤 앉아있으니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예상했던 대로 배아 이식 준비하러 오셨냐, 생리 시작일은 언제냐고 묻더니 나를 초음파실로 보낸다. 

 

내가 배정받은 초음파실은 간간이 스몰톡을 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신 검사실이었다. 다른방 의사분들보다 진료받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분은 이런 내 마음을 전혀 모르시겠지? 


“다낭성이 심하시군요! 난자 채취하면 엄청 많이 나오겠네요"
"네, 29개 채취했어요."
"음... 그러면 한 15개쯤 동결했겠네요. "

 

여기까지 듣고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통계수치가 있다지만 정확하게 동결배아숫자를 맞히시다니. 껄껄. 


"이제는 선생님만 믿어보려고요." 라고 대답했더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정한 투로 짤막하게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초음파진료실을 빠져나왔다. 빠르게 빠르게 움직인다고 했지만, 그후로는 여지없이 대기의 시간이었다.

 

대기실에 있는 어떤 분의 손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들려 있었다. 나는 오닉스 포크3를 꺼내 들었다. 언제적 오닉스 포크3인지 모르겠다. 휴대성이 용이해서 7인치를 산 건데 여즉 고장 한 번 나지 않고 쌩쌩하다.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펼쳤다. 드라마와는 비슷하면서도 한국과 다른 독일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흥미롭게 읽고 있는 중이다. 주인공에게 반했다는 에밀리를 보며 변요한에게 반한 듯 했던 김보라가 떠오른다. 글자들이 묘사하는 주인공의 외모를 드라마 속 인물에 대치하여 읽고 있다. 꽤 재미나다. 

 

대기인수가 6명쯤으로 줄고 나서는 더 이상 책을 읽을수가 없었다. 이때부터는 호출벨 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를 호출하는 게 아닌 걸 뻔히 아는데도 자꾸만 진료실 옆에 달린 모니터 속 이름을 확인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짝꿍의 퇴근시간이 다가옴을 깨달았다. 이거 잘하면 진료실에 짝꿍과 같이 들어갈 수 있겠다 싶었다. 괜히 들뜬 마음에 짝꿍이 제때 퇴근하길 바랐다. 웬만하면 퇴근 시간에 딱 맞추어 퇴근하는 업종이라 기대했는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짝꿍이 오늘도 여지없이 퇴근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고 연락해왔다. 고작 몇 분인데, 이게 이렇게까지 서운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카톡으로는 내가 삐쳤음을 온 정성으로 드러내보였다. 이렇게 한심한 인간이라니.

함께 진료실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고 있었다. 앞 사람의 진료가 이미 끝난터였기에 곧장 진료실에서 불릴 참이었고, 짝꿍은 병원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을 테지만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진료실은 꽤나 오랜 시간을 잠잠했다. 진료실에 들어올 사람의 이름과 대기자 명이 적힌 모니터가 하얗게 비어있는 상태로 몇분이 지속되었다. 그 조마조마한 찰나의 순간에 짝꿍이 나타났다. 나를 찾아 허둥대는 짝꿍의 뒷모습에 서운함이 풀어져버렸다. 짝꿍이 다가와 내 옆에 앉은 그때,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진료실에서 호출벨이 울렸다. 

 

오늘 초음파 검사 결과와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했다. 인공주기를 시행할 것이고, 그에 따라 약을 처방받을 거였다. 차주에 병원에 한 번 더 방문해서 자궁 내막의 두께가 얼마나 두꺼워졌느냐에 따라 이식 날짜가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크리스마스 언저리.


" 자,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그동안 먹고있던 영양제(이노시톨/엽산/칼슘마그네슘비타민D복합제제/오메가3)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건강검진 후 높은 간수치때문에 먹고 있는 간장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담당의는 이전에 혈액검사를 하며 확인했던 간수치 결과를 보며, 아마도 여러 약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오늘도 혈액검사(호르몬 검사)를 하게 될텐데 간수치도 확인해 줄 것이고, 이 결과가 괜찮다면 그 약도 바로 끊자고 했다. 영양제는 엽산과 비타민D를 제외하면 모두, 이노시톨마저도 먹지 말라고 했다.

 

이식할 배아의 개수도 논의했다. 정부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 상 만 35세 이상인 나는 두 개가 최대였다. 담당의는 만약 쌍둥이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시면 하나만 이식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두 개를 이식한다고 해서 두 개 모두 착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 부분은 이미 짝꿍과 미리 논의를 끝낸 상황이었다. 첫째로 이식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었고 둘째, 외동만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왕 키운다면 둘은 낳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차라리 쌍둥이면 나쁘지 않겠다는 것도 내 생각이다. 그래서 배아 두 개를 이식하겠다고 말했다. 

 

"쌍둥이도 좋습니다."

 

매일 모니터에 가려 담당의 얼굴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짝꿍이 옆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에 진료실 안 모두가 빵 터졌다. 

 

"네~ 그럼 예쁜 배아로 두 개 준비할게요." 

 


 

<요약>

1. 처방내용: 프로기노바 1일 3회 1ea씩 30일 / 영양제 엽산, 비타민D 제외 섭취 중단

2. 진행검사: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 차주 병원 내원하여 상태 확인 및 이식 일정 확정

3. 비용
 - 본인부담금: 59,200
 - 공단지원금: 138,430

4. 제출서류

 - 진료실: 가족관계증명서, 부부신분증 앞면 사본(서류 빼먹어서 다음에 제출하기로)

 - 원무과: 난임시술비지원결정통지서(냉동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