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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

[난임일기] 병원 방문기_241122

by ㅋiㅋ! 2024. 12. 2.

 

병원 방문기

 

어젯밤만 해도 고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뻔했다. 

 

11월 12~13일쯤 생리가 시작되었어야 했다. 생리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고, 그럼에도 조만간 생리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게 맞나 싶었던 것이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예약취소 버튼 위를 맴돌던 손 끝은 결국 병원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도착한 병원에서 받은 대기인수는 21명. 기다림의 무게가 고스란히 얹힌 듯했다. 

 

최근 생리 시작한 날짜를 묻는 간호사에게 내가 병원에 온 이유를 밝혔다. 그녀는 알았다고 하더니 진료실에 들아갔다 나와서는 나를 다시 찾았다. 안내문 한 장을 가지고서. 

 

혹시 모를 경우를 확인하기 위해 소변검사를 해달라고 했고, 더불어 초음파 검사도 진행하고 진료실로 오라고 했다. 우습게도 모든 검사는 눈 깜짝할 새에 끝이 났다. 소변이 안 나오면 어쩌지 하는 건 쓸데없는 근심이었고, 초음파 찍으려고 대기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지 하는 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모두 하등 필요 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모든 검사를 휘리릭 끝마치고 나니 남은 건 오직 기다림의 무한루프였다. 아무렇지 않게 금방 끝나겠거니 하고 가벼운 가방을 들고 나온 터라 심히 낭패였다. 여전히 내 앞으로 16명이 있는데 내 손에 들린 것이라고는 오로지 휴대폰뿐이었고, 눈이 빠질 정도로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앞의 대기자가 5명이 되어 있었다. 진짜 눈알 빠지는 줄.

 

그 때 쯤 부터는 괜스레 긴장된 상태가 시작됐다. 책이라도 가져올 걸 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다. 대신 괜히 손도 한번씩 털고 어깨도 한 번씩 털어내면서 긴장감을 덜어내려고 애써 보았다. 그렇지만 콩닥거리던 심장이 가라앉은 건 진료실에서 내 이름이 불렸을 때였다. 심호흡으로 한 번, 짐을 챙기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료실 문을 열었다.

 

"KiKi님, 안녕하세요."

 

담당의의 친근한 인사가 들려왔다. 나도 함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일주일 넘게 생리를 안 해서요..."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 그저 사실만 우수수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다. 이 모습에 꽤나 당황한 것처럼 보였는지 담당의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했다. 

 

"원래도 이런 일이 있으셨잖아요. 그렇죠?" 

 

"네, 맞아요. 다낭성 때문에 이런 일이 많았죠. 다른 때 같으면 큰 걱정 안 하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이식일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왔습니다." 

 

내 말에 담당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앞서 진행했던 두 가지 검사결과를 보더니 자궁내막은 두꺼워지고 있는 걸 보니 배란이 제대로 안 되어서 생리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생리유도제가 처방되었다. 담당의는 달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때쯤 생리를 하게 되면 아마 12월 중순에 이식할 수 있겠네요. 약 잘 드시고 그때 봬요."

 

진료를 마치고 그곳을 나섰다. 또다시 받아 든 안내문이 나를 원무과와 원내약국으로 이끈다. 분명 3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했던 것 같은데 처방약까지 구매하고 나니 5시 40분이 훌쩍 넘어있었다. 길다 길어. 

 

정말 길다. 뭐가 이리도 지지부진한 지. 마음만 먹으면 후다닥 진행될 줄 알았던 일이다. 패스트트랙만큼은 아니어도 지연되거나 옆길로 새지 않고 곧바로 직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난임휴직을 연장하지 않고 단 한 번으로, 3개월만 사용했더라면 나는 그 기간 동안 단 한 번의 이식도 하지 못하고 복직하게 되는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못해도 세 번은 이식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요약>

1. 내용: 소변검사 및 초음파 검사 시행 / 생리유도제 투약 / 이후 생리 2~3일 째 내원 

2. 비용
 - 본인부담금: 15,500

 - 공단부담금: 1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