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배양 결과 상담
아침부터 집 앞이 시끌시끌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걸 보니 운동회인 모양이었다. 어느 날엔가 초등학교 대문에 걸린 운동회 현수막이 기억났다. 날짜가 적히지 않은 현수막이었다. 두 가지가 떠올랐다. 외부인의 초등학교 출입을 막기 위함인가, 현수막 인쇄비용을 아끼기 위함일까. 어느 쪽이든 실무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사실 아침부터 운동회가 대수랴. 차라리 운동회 소음으로 머릿속이 꽉 찬 게 다행이었다. 오늘은 난자 채취 후 배양한 배아 상태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예약된 시간보다 20분 쯤 일찍 도착한 것 같은데, 내 앞으로 8명쯤 대기가 있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지경까진 아니었지만 내내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그 모든 번잡스러운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하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으니까. 인생은 과유불급이라고 스물아홉개나 나오는 바람에 그 많은 놈들이 다 무쓸모 이면 어떡하나. 정말 담당의의 얼굴을 보기 직전까지도 조마조마했다. 담이 결릴 정도로 어깨도 아팠다. 차고있던 스마트 워치로 확인한 스트레스 지수는 오랜만에 빨간색을 가리켰다.
별의별 상상을 다 하고 나니 내 차례가 되었다. 심호흡 한 번 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몸은 좀 어떠세요. 지난 번 보다는 좀 더 괜찮으신가요?" 라며 안부를 묻는 담당의의 얼굴이 어둡지 않았다.
간단히 몸 상태를 설명하고 나니,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결론적으로 5일 배양해서 상급 포함한 중급이상으로 살아(?)남은 배아 개수는 열다섯개. 설명해주시는 담당의의 표정이나 목소리도 굉장히 밝은 톤이었다. 정말 잘됐다며 나보다 더 기뻐해 주시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만약 내가 좀 더 감성적인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담당의께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이 큰 지 모른다. 물론 아직 끝까지 가보지 않았지만.
다만 한 가지가 걸린단다. 초음파를 볼 때마다 자궁내막의 크기는 괜찮은데 내막이 깔끔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 아무래도 용종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용종때문에 착상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이 참에 한 번 확인하고 이식을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알겠다고 했다. 자궁경은 생리가 끝나자마자 시행해야 한단다. 결국 생리 시작하면 또 다시 병원행이란 소리다.
<요약>
- 결과: 스물아홉개 중 성숙난자 스물세개. 이 중 수정되고 중급이상으로 살아남은 것 열다섯개.
- 기타: 자궁경 필요. 생리 시작 후 2~3일 째에 내원 및 자궁경 예약
- 금일 진료비
- 본인부담금: 258,700
- 지원금사용: 1,100,000
- 공단부담금: 7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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