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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

자궁경 후기_241018

by ㅋiㅋ! 2024. 11. 26.

 

자궁경 후기

 

지난 13일, 고대하던 생리가 시작되었다. 평소 같으면 반갑지도 않고, 마냥 싫은 놈인데 이번엔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결국은 생리가 끝날 무렵인 17일 다음날인 18일로 자궁경 일정을 잡았다.


짝꿍은 부득이하게 근무를 뺄 수 없는 상황이었고(사실 자궁경 일정도 급히 잡힌 것이라 모든 일이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동생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난자 채취 때와 마찬가지로 수면마취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해야 했으므로 동생에게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큰 다행이었다.


병원이든 은행이든 다닐 때마다 느끼는 건 월요일, 금요일엔 어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냐는 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0분 쯤 일찍 도착해서 수납 먼저 하려는데 이미 내 앞으로 10팀이나 대기 중이었다. 심지어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말이다. 날씨예보도 '폭우'를 가리키고 있었다. 10월 18일인데 무슨 비가 이리 쏟아지는지...

 

겨우겨우 수납을 마치고서 수술상담실 쪽으로 향했다. 상담실 앞에도 대기인원이 많은 건 안 비밀. 대략 여섯 팀 정도가 내 앞에 있었던 것 같다. 예약 시간 10분 전이 되어서야 본인확인 절차와 몇 가지 확인 절차를 거쳤다. 상담 담당 간호사는 내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려던 것 같았는데 시계를 보고는 후다닥 서류를 챙겨 나를 수술실로 안내했다.

 

 

어김없이 수술실에서 담당의쌤과 인사하고 자리에 눕고, 오른팔에 혈압 잰다며 혈압계 세팅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눈떠보니 회복실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신마취 경험 없던 KiKi는 올해만 전신마취 두 번 경험하고 기막혀한다. 이건 웃지 않을 수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 차린 나를 보고 아픈 데 없냐며, 괜찮냐고 묻는 간호사에게 당당하게 한 마디 했다.
"배가 고파요" 

간호사도 웃고 나도 웃고 ㅋㅋㅋㅋㅋ

 

지난 번 난자채취 때보다 훨씬 컨디션도 좋았던 것 같다. 바깥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것만 빼면, 동생하고 대화하다 단어를 살짝씩 헷갈려서 이상한 얘기 한 것만 빼면ㅎㅎ
근처에서 설렁탕 한 그릇 때리고 버스 타고 집 가서 또 잤다.

 


 

자궁경 권유를 받은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긴 했다. 초음파를 그렇게 찍으면서도 이제껏 의심소견 한 번 들어본 적이 없었 는데, 딱 배아 이식만 하면 끝나겠다 싶은 이 시점에 자궁경 권유를 받을 줄이야. 이제껏 내 초음파 사진을 하나하나 다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자궁내막에 용종으로 의심되는 게 꽤 오랜 기간 있었던 거라면 그동안 임신이안 됐던 이유가 단순히 다낭성난소증후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러나저러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문제는 내 마음이 굉장히 조급하단 사실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3개월 난임휴직으로 쉰다고 했을 때는 못해도두 번은 배아이식을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9월부터 시작해 곧 11월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까지도 단 한 번의 배아이식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결국 휴직기간도 연장해 버렸지만.. 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시험관 시도를 마무리하지 못하리라고는 상상해 본 일이 없다. 심지어 자궁경도 해버렸으니 까딱하다가는 11월 말, 12월 초나 되어서야 첫 배아이식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면 실제로 3개월이 넘어서야 딱 한 번 배아를 이식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길고 험난한 여정일 줄 누가 생각이나 해봤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목적지를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이니 스스로 다독이고 받아들이려 한다. 

 


<요약>

1. 처방: 항생제 5일치. 2주 후 방문, 결과 확인

2. 금일 진료비 (자궁경, 마취, 처방전 등)
 - 본인부담금: 90,926 (+ 약국 3,900)
 - 공단부담금: 2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