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환자가 되었다. 세상이 날 억까하는 기분
평소 환절기가 되면 비염 때문에 난리였다.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쉬기 일쑤였고, 어느 순간에는 콧물이 줄줄 흐르기도 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일주일 쯤 고생하면 사라져버리곤 했으니까 병원에 잘 출입하지 않았다.
병원... 싫다. 약...더 싫다.
하지만 이번 10월은 좀 달랐다. 평소와는 다른 증상 때문에 약 3주 정도 고생했던 것 같다.
목이 아프지도 않은데 가래가 생겼다. 숨을 쉬는데 간혹 속에서 그릉그릉 끓는 소리가 났다.
결정적으로 밤에 숨쉬기가 답답해져서 잠자는 것이 불편해졌다.
참다못해 집 근처 내과에 갔다.
의사가 청진기로 내 숨소리를 들었다. 숨을 내쉴 때 약간 걸리는 소리가 잡혔다. 내가 느낄 땐 청진할 때보다 내 증상이 조금 심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난 의사가 아닌 걸? 하고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은 약한 단계인 것 같으니 약한 수준의 약을 처방해보자며 기관지 확장제와 진해거담제 정도의 약만 처방받아왔다. 대략 일주일간.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영 낫지 않아서 한 번 더 처방받았다. 이번엔 비염약도 함께였다.
10월 20일 경의 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모든 약을 다 먹고나서 처음으로 아무런 약 없이 지낸 날이었다. 보통 낮 시간 동안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는데 아무리 해도 숨쉬기가 쉬워지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 날은 잠도 2시간 밖에 못 잤다. 숨쉴때마다 나는 소리때문에 내가 잠을 잘 수 없었다.
내 상태를 보다 못한 짝꿍 손에 이끌려 이전에 갔던 병원을 한 번 더 갔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점심까지만 진료하고 일찍 끝낸 모양이었다. 그 가까운 병원까지 가는 동안에도 두어번 쉬어야만 했으니 내 생각에도 사태가 심각했고, 짝꿍이 응급실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했다. 일단 다른 병원을 가자고, 근처 내과에 다시 갔다.
"천식인데요? 누가봐도 심각한데"
새롭게 찾은 병원에서 청진을 하던 의사가 갸우뚱했다. 왜 가볍다고 진단했지?, 흡입기 처방도 왜 안 했지? 오히려 진단이 너무 늦었다며 의아해 했다. 하루 아침에 천식환자가 되어버렸다. 환장할 노릇이다.
시험관 과정 중에 있다는 얘기와 조만간 배아이식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 얘기를 듣던 의사가, 그러면 당분간 약을 좀 쎄게 써서 증상을 먼저 완화시키자고 했다. 흡입기는 임신해서도 사용할수 있으니 이건 잊지말고 매일 써야한다고 했다. 좌절...
세상에 억까당하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가.. 후
오랜만에 집 와서 짝꿍앞에서 울어버렸다.
결국 천식환자가 되어버렸다.
정말 화가 나는 건.. 약 먹고 나니 숨쉬는게 어찌나 그렇게 쉬워지던지. 한없이 서럽고 속상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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