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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

[난임일기] 살 떨리는 1차 피검사의 날_250106

by ㅋiㅋ! 2025. 1. 8.

 

살 떨리는 1차 피검사의 날

 

결과선의 색이 꽤 짙어지고 나서는 아침에 한 번씩만 임신테스트기를 시도하고 있다. 결과선의 색이 점차 진해지는 걸 보는 기분이 또 꽤나 묘하다. 1월 6일은 벌써 이식한 지 11일차인 날이다. 짝꿍이 같이 가겠다고 한 날이고, 월요일인 데다 도착하자마자 피검사를 해야 해서 병원 예약이 오후 2시인데도 불구하고 11시에 출발했다. 채혈실에도, 진료실에도 사람이 북적거릴 것이라는 예상때문이었다.

 

주차장은 거의 만석이었으나 빠져나가는 차 한 대가 있어 운 좋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병원에 들어서니 사람으로 북적거릴 것이라는 예상은 아주 보기좋게 빗나갔다. 채혈실에 들어서서 대기표를 뽑으니 내 앞으로 대기인원이 세 명 있었다. 후다닥 후다닥 채혈을 마치고, 커피나 한 잔 마시자며 병원 아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디카페인 오트 라떼 한 잔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앉아 짝꿍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근처 한 바퀴를 걷고 진료실로 향하기로 했다. 서울로7017이 바로 옆에 있어 슥 올라가 봤는데, 역시 겨울이라 분위기가 스산했다. 공중에 있어 그런지 바람도 더 차게 느껴졌다. 

 

산책 후 병원으로 돌아와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려니 내 순서는 세 번째였다. 미리 도착확인 절차를 거친 덕분이다. 이렇게 앞부분에 불리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피검사는 오후 한 시 반까지만 하면 당일날 4~5시 쯤이라도 문자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해 괜히 두근두근 설렜다. 한편으로는 피검사 결과가 늦게 나오면, 담당의와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던 찰나에 진료실에서 나를 불렀다.

 

"1782, 수치 너무 좋게 나왔어요."

 

1782라니? 이게 맞는 수친가? 임신테스트기가 벌개져 있는 것 말고는 증상도 별로 색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수치가 1782라니? 이게 맞나? 순간 머릿속이 온통 하얘졌다. 그 바람에 담당의가 하는 이야기들만 '네~네~'하고 듣고 질문이 있냐는 물음에 제대로 된 답변도 하지 못한 채 8일 오전에 2차 피검사 예약만 잡고 나와버렸다. 2차 피검사 수치가 더블링, 두 배 혹은 그 이상이 되면 다음주에는 초음파로 아기집 확인을 해보자는 거였다.

 

 

진료실 밖에서 마지막으로 간호사가 한 번 더 안내를 해주는데, 참다못해 이렇게 질문했다.

 

"수치가 이게 맞아요? 잘 나온 건가요?"

"네, 너무 잘 나왔어요. 그치만 쌍둥이인 건 피검사로 알 수 없어서 그건 몰라요." 

 

맞다. 배아를 두 개 이식했다. 1차 피검사가 이렇게 높게 나오면 쌍둥이일 가능성이 높다고들 하는 것 같지만, 그건 또 크게 의미 없는 썰일 뿐이다. 그저 배아가 아주 잘 붙어있다는 신호일 뿐. 아무래도 벌써부터 엄마를 안심시켜주려는 모양이라고, 짝꿍과 농담따먹기 했다. 

 

 

딱 난임휴직할 때 쯤에 짝꿍에게 이렇게 말했다. 

 

"임산부 뱃지를 가방에 달고, 배가 동그랗게 나온 채로 원피스를 입고 카페에서 디카페인 플랫화이트를 시켜 마시는 임산부가 되고 싶다." 

 

그 말이 이뤄지는 날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올 줄이야. 

 

 

 

<요약>

1. 피검사 수치: 1782 (이식 11일차) / 1월 8일, 2차 피검사 진행 및 수치 증가(더블링) 여부 확인

2. 금일 진료비

 - 본인부담금: 12,600 (+ 비급여 혈액검사: 30,361 / + 전액본인부담 혈액검사: 15,180)

 - 공단부담금: 29,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