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앞두고(12월을 앞둔 지금, 너무 늦은 일기)
그동안 난임에 관련된 글이나 정보들을 찾아보지 않은 건, 많은 경우 '임신에 또 실패했다, 임신이 너무 어렵다, 우울하다, 벌써 시험관 몇 차수가 되어버렸다…' 등의 어두운 말들이 잔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웬만하면 찾지 않을 예정이다.
너무도 쉽게 나까지 잠겨버릴,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카테고리다. 난임이라는 건.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의 모음은 사람을 무겁게 짓누른다. 불안감과 괴로움, 공포감으로 점철된 글들을 볼 때면 불쑥 양가감정이 고개를 내민다.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과 혹여나 나도 저 길을 따라 걷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공포감, 이를 뒤따르는 영문모를 우월감과 미안함이 번갈아가며 나를 그림자처럼 짓이긴다.
11월에는 처음으로 배아를 이식하게 될 텐데…
아무리 해도 빨간 두 줄이 떠오른 임신테스트기가 상상되지 않고,
아무리 해도 볼록하게 불러온 배를 양손으로 지지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첫 이식이라는 시도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실패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감만 남아버렸다.
게다가 천식이라는 복병도 얻었고, 동시에 진행한 혈액검사에서는 간수치까지 높아져 버린 현 상황에서 이식이 가능할까, 임신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극적인 의문에까지 다다랐다. 기대가 되면서도 무섭고, 설레면서도 불안하다. 이게 스트레스라는 거겠지.
내 불안감을 억지로 다른 곳으로 돌려본다.
일단 유튜브를 켜고, 웃긴 콘텐츠들을 찾아 조금 웃어본다.
손글씨 연습 콘텐츠에 생각 없이 집중해 본다.
블로그에 글을 쓸 콘텐츠들을 고민하고, 뭐라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해 본다.
책을 펼쳐 차근차근 문장들을 곱씹으며 읽어본다.
무의미하게 지출도 해본다.
'APT.'를 무한반복으로 재생시켜 놓고 고개를 까딱여 본다.
이렇게 애써 벗겨낸 나의 불안함과 공포는 …
침대에 누우면 다시 시작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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