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채칼 후기 (feat. 내돈내산)
얼마 전 수동채칼을 폐기했다.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눈에 보이길래 급하게 샀던 채칼이라 쓰면 쓸수록 불만이었다. 채소를 붙잡아주는 홀드 기능도 없었고, 그저 칼날 몇 개 바꾸기만 하면 되는 아주 기초적인 제품이었다. 그래서 쓸 때마다 무서웠다. 당근을 채썰면 당근을 잡은 손이 미끄러져서 다치지는 않을까 불안했고, 무를 채썰면 잘 썰리지 않아서 불만이었다. 결국 남은 자투리 채소는 내가 직접 손으로 채썰어야 했다. 그럴바에야 내가 직접 채썰고 말지 하는 생각에 수동채칼을 처분하고 내 손목을 갈아 직접 채를 썰었다.
그렇게 직접 채썰어 만든 라페가 네다섯 번, 라따뚜이가 두어 번, 양배추 사라다가 두어 번, …
쌓이고 쌓이다 채칼을 사야겠다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그저 아래와 같은, 그동안 내가 쓰던 채칼과 비슷한 것들을 사려고 했다. 일단 내 손과 마음이 안전한 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가만히 보던 짝꿍이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기계로 된 채칼을 사는 건 어때?"
언젠가 홈쇼핑에서 두두두두두- 하며 균일하게 채썰어진 채소를 쏟아내는 채칼이 떠올랐다. 하지만 첫째로 이 좁은 집에 채칼 들일 곳이 있을까 싶었고, 둘째 그 기계를 들일만큼 내가 자주 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또 라페를 만들기 위해 당근과 양배추를 직접 채썰다가 급기야 분노가 치밀었다. 내 미숙한 칼질도 화가 나고, 미련한 나한테도 화가 나고… 그저 내 자신한테 화가 났다.
그 후로 검색어가 바뀌었다. '채칼'에서 '전동채칼'로. 저렴한 수동채칼도 있었지만, 비슷한 몸집의 기계를 쓸 거라면 차라리 전동을 쓸테다.
무선 채칼을 모두 제외시켰다. 청소기도 무선청소기 쓰다가 유선청소기로 돌아간 나였다. 무선 기계의 힘은 유선 기계의 힘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에 맞추어 소비전력도 차라리 조금 높은 걸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어차피 매번 콘센트를 꽂아놓고 쓸 기계가 아니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요량이니 차라리 한 번의 퍼포먼스가 꽤 괜찮으면 좋겠다 싶은 거다. 거기에 국내 A/S까지. 좁히고 좁히다 보니 하나로 좁혀졌다.
그래서 구매했다.
<OCET 전동채칼>
12월 18일 주문, 12월 19일 도착했다. 생각보다 상자 크기가 크지 않았고 무게도 가벼웠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포장상태에서 여백의 미가 느껴지지 않아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채칼이 많았다. 한 세트는 두 개씩 들어있었고, 총 8세트가 들어있었다. 채칼 종류가 네 가지, 슬라이스 종류가 두 가지, 견과류 같은 걸 부술 수 있는 분쇄칼날과 웨이브칼날이 각각 한 세트씩 있었다. 혹시 몰라 전부 결합도 시켜보았다. 6mm 채칼이 조금 뻑뻑하게 결합되었고, 슬라이스 채칼은 소리도 안 날만큼 부드럽게 결합되었다. 하지만 결합시키는 것 자체는 엄청 쉬웠다.
마찬가지로 기계 조립도 쉬웠다. 모두 세팅한 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다. 주방이나 조리대가 좁은 우리집에 뭐 하나 올려놓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큰 기계를 사는 게 선뜻 내키지 않는데, 이 전동채칼은 크기나 부피, 무게면에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다리부분이 흡착판으로 되어 있어 채소를 써는 동안 기계가 움직일 염려가 전혀 없었다. 바닥에서 떼어낼 때는 힘들이지 않고 떼어낼 수도 있었다. 흡착판을 다리에 쓴 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곧장 냉장고 안에 홀로 남아있던 당근을 썰어보았다. 기계를 고민할 때, 투입구는 무조건 큰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당근 하나가 다 들어간다. 이 정도면 족하다. 정격출력도 250W라는데 한 번 썰어봐야겠다. 썬 김에 라페도 만들고.
일부러 2mm 채칼을 사용해봤다. 심지어 당근은 단단한 채소니 얼마나 일관성있게 잘 써나 보고싶었다. 함께 동봉된 사용설명서에도 언제 어떤 종류의 칼날을 사용하면 좋은 지 잘 설명되어 있었다. 마침 라페용 당근은 2mm 채칼을 쓰는 것이 좋다고 씌여 있었다.
동영상도 찍어봤다. 소음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당근 하나 채써는 데 약 3분 정도 걸렸다. 영상을 찍느라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된 것, 그리고 이 기계를 처음 써본 것을 감안했을 때 당근 하나는 1분 안에 모두 썰 수 있다.
함께 동봉된 푸셔를 사용해서 당근을 끝까지 밀어넣었다. 해서 마지막 남은 짜투리는 아래 사진만큼 된다. 납작한 머리부분만 남았다. 썰려서 나온 당근채의 상태도 매우 만족스럽다. 내 손목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A/S기간은 1년으로 되어 있다. 리뷰 이벤트가 있어 참여하기 위해 리뷰 작성 후 고객센터로 연락했는데 금세 연락이 닿았다. 그리고 고객센터 담당자로 보이는 직원 분이 사이트에 올라오는 리뷰 하나하나 모두 읽고 답글을 다는 것 같았다. 마지막 신뢰의 단추는 혹시나 발생할 A/S 처리 과정에 달려있지만 여기까지는 꽤나 믿음직스러웠다. 아무래도 두 대 사서 양가에 보내볼까도 싶다.
https://smartstore.naver.com/ocetmall/products/1023962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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