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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시선

결혼기념일, 글램핑 241013

by ㅋiㅋ! 2024. 11. 13.

두어시간쯤 달려간 가평의 어느 글램핑장은 조용했다. 오가는 사람 별로 없는 산속에 위치해서인지 간간이 새소리만 울려퍼질 뿐 마치 침묵의 방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을 벗어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짝꿍과 만난 지 7년, 결혼한 지 4년 된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 곳으로 왔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늦어 알록달록한 단풍은 보지 못했다. '알록달록'이 '알로록달로록'의 준말이라는 걸 알려줄 기회였는데…

 

글램핑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늑했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사람으로 가득찼다. 우리가 예약했던 공간이 하필 그날은 만석이라고 했다. 다행히 우리가 머문 숙소는 옆 숙소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안내하던 사장님은 10시 이후에는 소리가 옆으로 잘 퍼져나가니 부디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 

 

장작을 추가로 더 사고, 몇 가지 물품을 사서 숙소로 향했다. 사장님이 분명 산책코스를 두 개 정도 신명나게 소개해주셨으나 내 건강상태가 썩 좋지 못했고 움직이기도 싫었기 때문에 우리는 숙소에 가만히 들어앉았다. 

 

 

7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 곳에서도 대화는 끊임없었다. 지나간 것들에 관해, 결혼을 하게 된 과정에 관해, 아이가 생긴다면 맞닥뜨릴 미래에 관해 … .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면서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날도 좋았고, 풍광이 좋았다. 7년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렀지만 앞으로 헤쳐갈 시간에 비하면 한없이 짧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양이 두마리가 우리 앞을 알짱거렸다. 삼색이 녀석은 한참 앉아있다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고등어 녀석은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앉아있다 가버렸다. 

 

저녁이 되자 추워졌다. 불멍을 위해 장작을 태우기 시작했다.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며 케이크와 집에서 가져 간 위스키를 한 잔 했다. 오랜만에 오로라 불꽃 구경도 했다. 듣고 있던 음악은 이미 끈 지 오래였고, 간간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나 귀뚜라미 소리를 배경 삼았다. 공기가 맑은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밤은 너무 추웠다. 늦가을, 겨울에는 이 곳을 개방하지 않는다더니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정말 추웠다. 10월의 중순인데도 밤은 한겨울 같았다. 얇은 패딩, 패딩조끼, 뜨듯한 후드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거기에 담요도 걸쳤다. 이불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잠에 든 건 안 비밀. 

 

 

https://maps.app.goo.gl/HTgD4Bi3MSu8rK5X9

 

가평명지산카라반글램핑 · 가평군

★★★☆☆ ·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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