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에게 이노시톨이 추천되는 이유
다낭성 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 PCOS)이란?
현대 여성의 약 10~20%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체모가 많거나 여드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가임력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대체로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도 증가시킨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범위를 더 좁혀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하려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노시톨'을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이노시톨을 검색 해봐도 리뷰게시판에는 온통 '이노시톨 먹고 임신했어요!', '불규칙하던 생리주기가 돌아왔어요!' 하는 등의 글들이 가득하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주요 증상
- 배란장애 관련 증상: 무월경, 희발월경 등 생리불순, 자궁 이상 출혈, 난임 등
- 남성호르몬 과다분비에 따른 증상: 다모증, 탈모, 여드름 등
- 대사 관련 증상: 비만, 급격한 체중 증가, 당뇨, 고혈압 등
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주요 증상들 중 몇 가지가 해당되었으므로 어렴풋이 다낭성 난소증후군이겠거니 지레짐작해왔었다. 그러면서 이노시톨을 알게 되었고, 왜 먹어야 하는지 제대로 된 이유도 모른 채 먹어 왔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이노시톨을 거쳤다. 네이버에서 이노시톨을 검색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뜨는 브랜드 제품도 몇 개월 먹어 봤고, 약사들이 만들었다는 브랜드의 제품도 몇 개월 먹었다. 현재는 한 제품을 6개월 이상 먹고 있는데 일단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된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보통 이노시톨 판매처에서는 하루에 2포, 아침저녁에 1포씩 나누어 먹기를 권장하는데 그게 그렇게 번거로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골랐다.
이노시톨에 대해
이노시톨은 인체 내에서 생성, 합성이 되는 수용성 물질이다. 예전에는 비타민 B8로도 불렸다가 인체 내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로는 비타민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일, 콩, 옥수수, 견과류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인슐린 저항성에 관여하고, 호르몬의 신호전달 과정에서 촉매역할을 하는 보조 인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우리가 주로 이야기하는 이노시톨은 미오 이노시톨(myo-inositol, MI)이다. 이 외에도 d-chiro-inositol (DCI)가 있지만 이는 매우 소량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현재 이노시톨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기능성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기타가공품(일반식품)으로 분류되어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자신이 섭취하고 있는 이노시톨이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해서 그 제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다고 홍보되는 제품들에도 이노시톨은 주원료가 아닌 부원료로 혼합되어 존재할 뿐이다. 오히려 식약처에서 인증받았다고 홍보하는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더 낫겠다. 그렇게 홍보하는 제품을 하나 봤는데 역시나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거야 말로 사기 아닌가 …
이노시톨의 역할
이노시톨은 인슐린 신호전달에 관여하여 혈당을 안정화한다. 그러니까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준다 또는 인슐린에 관한 민감성을 높여준다는 의미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우선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 경우 체내 이노시톨이 부족하다고 한다. 따라서 몸 속에서 이노시톨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체내에 이노시톨 수치가 낮아서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 경우 몸 안에 당이 정상수치를 초과할 만큼 많을 때에도 인슐린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세포막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가 인슐린과 결합하면 포도당을 세포 내부로 이동시키는 경로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상태에선 수용체와 인슐린이 결합하지 못하고 세포 내부로 포도당이 이동하지 못한다. 따라서 에너지가 생성되지도 않고 혈액 속 포도당 농도도 계속 높게 유지된다.
이노시톨은 여기서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길을 터주고, 이노시톨이 들어오라고 잡아끄는 모양새랄까. 그래서 인슐린의 저항성을 낮춰 몸의 혈당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역할로 이노시톨은 난포자극호르몬(FSH; Follicle Stimulating Hormone) 및 황체형성호르몬(LH; Luteinizing Hormone) 신호전달 촉진에 관여해서 생리 주기를 정상화하도록 돕는다. 앞선 이야기를 통해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들의 대부분이 인슐린 저항성이 높다는 건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당이 오르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체내 인슐린 또한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분비된다. 이렇게 증가해 버린 인슐린은 난소를 자극해서 남성호르몬의 생산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배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생리주기가 틀어진다. 애초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들은 남성호르몬 과다분비가 원인이기도 한데, 인슐린의 과다분비가 결국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더욱 촉진시키는 셈이다.
결국 이노시톨은 이 모든 과정에 관여해서 인슐린저항성을 낮춰주고, 생리주기를 정상화하도록 돕게되는 것이다. 대사증 후군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미도 아마 여기서 나오는 것일 게다.
이노시톨 섭취 유의사항
임신 준비를 위해서는 엽산을 3개월 전부터 복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이노시톨도 유사하다. 난자가 생성되어 성숙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섭취하면 배란 과정은 물론 난자의 질과 수정란의 질도 높인다고 한다.
다만 정해진 권고 복용량은 없는 것 같다. 현재 시판되는 제품들은 대체로 2000~4000mg (2~4g) 정도를 하루에 복용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나도 4,000mg 복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 숟갈, 한 컵 씩 먹으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메스꺼움, 복부팽만, 설사 등이 부작용으로 보고되었다고 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d-chiro-inositol (DCI)의 경우는, 단독복용이나 고용량 복용을 권하지 않으니 매우 유의해야 한다. 오히려 권장용량보다 많이 먹었을 경우, 오히려 난자의 질이 저하되거나 과배란유도제에 대한 난소 반응이 낮아진다고 하니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써놓고 보니, 혈당관리하시는 분들도 이노시톨을 먹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임신 준비하는, 특히 여성분들에게 워낙 각광을 받고 있는 영양제이긴 하지만, 작용 기전이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것이기 때문에 당뇨병에 도움 될 수 있는 영양 제다.
그리고 난포자극호르몬(FSH)이 남성에게는 정자 생산을 자극하는 호르몬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노시톨이 남성들에게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남성의 정자 운동성이나 질 개선, 정자 성숙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생각보다 흔한 질병이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 질환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거나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이노시톨 같은 영양소를 꾸준히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노시톨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존해서는 안 되겠지만.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4831)
- 마리아플러스 Dr. 이재은의 희망이 있는 공간 (https://blog.naver.com/cherish2013/220898622408)
- 약학정보원 (https://www.health.kr/researchInfo/pharmreview.asp)
- 차병원 서울역센터 블로그 (https://m.blog.naver.com/cha_seoul/221291345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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